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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1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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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잠시 시간을 가지자" 


 너의 말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해방이었다. 착잡해 보이는 네 표정을 읽으며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시켰던 커피가 다 식었을 때쯤 너는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 먼저 가라고 말하고자 했지만 붉어진 너의 눈이 나를 붙잡았다.


"언제나 편할 때 연락 줘" 


 밖으로 나와 잠시 걷던 중 침묵을 깨는 소리가 내심 고마우면서도 무어라 대답하기가 곤란해졌다. 하지만 그 속에는 미안함도 있기에 그냥 그러하겠다고 했다. 순간 다른 대답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내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이런 게 무슨 소용일까…


“그래..잘 가고” 


 설핏 웃으며 먼저 뒤도는 너를 뒤 따라가야 하나 했지만 어떤 표정일지 짐작이 가지 않아 그냥 집으로 향했다. 


 뒤돌아 집으로 가는 이 길 조금은 슬픈 기분에 나는 질문한다. 어째서 그러냐고 이제는 이 관계를 끌고 가지 않아도 되는 사실에 가장 먼저 기뻐했으면서 말이다. 슬픈 마음을 떨쳐내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던 중 책망하듯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내 뺨을 스치는 바람에 흐트러진 생각도 잠시 곧 늘 느껴오던 생각 하나를 꺼내 봤다. 사실 너도, 나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말이다. 이미 끝나버린 이 관계가 다시 시작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단 것을… 이어지지 않는 대화나 점점 늦어지는 문자에서 애써 외면하던 현실이 보인다. 설레어 쳐다보지도 못하던 너의 얼굴에서 슬픈 표정을 봐도 나는 무감각함을 느꼈다.


  너를 안고 잠들던 밤이 기억나는 지금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끝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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