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어느샌가 집에 들어오면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분명 끄고 갔음에도 켜져 있는 텔레비전을 보며 문득 불안해졌다.
불안함을 느낀 밤 온 집안을 뒤져봤지만, 머리카락 한을 남의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날 밤 이후로 집을 나설 때면 온 집안의 코드까지 뽑아두고 나서야 안심을 한 채로 집을 나섰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로 향하니 오늘따라 더욱 힘이 든다. 강의실로 들어서니 먼저 온 친구가 아는 채를 한다.
"왔냐?"
"어"
피곤해 대충 대답을 하고 앉으니 놀란 듯 말을 걸어온다.
"너 얼굴이 왜 그래?"
"얼굴이 왜?"
"무슨 삼일 밤낮을 못 잔 거 처럼 엄청 퀭해 너"
"아……. 그 정도냐"
마른세수를 하며 책상 위로 엎어지니 옆에서 무슨 일 있냐며 물어온다.
"아니…. 무슨 일까진 아니고"
"뭔데?"
"계속 집에 텔레비전이 켜져서 무슨 일인가 싶다…."
"니가 켜두고 온 건 아니고?"
"아냐 진짜로…."
"뭐냐 수리 맡기지?"
"돈 없다…."
"……. 술 좀 작작 먹으라니까?"
나도 모르겠다 싶어 머리를 쓸어 넘기니 옆에선 또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본다
"괜찮아 그냥 기계 고장이겠지 그래서 요즘엔 그냥 코트 뽑히어둔 채로 나와"
"음……. 그러면 안 켜져 있고?"
"어 아무래도 기계 고장 맞나봐"
"…? 그런데 너는 왜 피곤해하냐"
"몰라 밤에 잠을 좀 설쳐 그냥"
"어휴 오늘같이 자 줘?"
"됐다 뭘 그렇게 까지 해"
"아냐 오늘 술이나 먹자 막차까지 먹으면 어차피 집에 못가"
"너 방금 술 그만 먹으라고 했던 거 같은데…."
"오늘은 먹자!"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 그러자고 답하곤 책상에서 일어났다. 이 녀석의 말대로 술이나 먹고 오늘은 푹 좀 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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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집에 들어서니 나갔을 때 모습 그대로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누우니 취기 때문인지 금세 잠이 온다. 오늘은 제발 푹 좀 자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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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잠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일어나니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고 목이 타는 듯했다.
급히 물을 찾아 먹고 집안을 살펴보니 먼저 간 듯 친구가 없다.
문득 집이 너무 조용한 거 같아 텔레비전을 켜니 금세 예능프로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니 전화가 왔다. 바로 받으니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친구의 음성이 들려온다.
"아냐 괜찮아 해장은? 했고?"
"어어…. 어 야 죽겠다 진짜 수업 듣는 내내 죽는 줄 알았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먹으랬나"
"지도 똑같이 먹었으면서"
"야 나는 오늘 수업이 없으니까 그랬지!"
낄낄거리며 친구를 놀리니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야 근데 이거 무슨 소리야?"
"아 좀 조용해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다"
"…."
"뭐 왜?"
"야 나 너희 집 앞인데 밥이나 먹자"
"해장했다며?"
"그냥 밥을 먹고 싶네"
"야 됐어 무슨…."
"아!!! 그냥 나오라고 좀!"
"…. 아 화를 내고 그러냐"
"부탁이니까 제발 나와라"
절박하게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득 찝찝해져 급히 신발을 신으며 밖으로 나섰다. 둘 다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급히 큰 길가로 나와 입을 뗐다.
"...야…. 무슨 일인데"
"나왔어?"
"어…."
"…. 일단 들어봐 나 너희 집에서 나올 때 분명 집안을 샅샅이 살펴보고 나왔거든?"
"어…. 그런데?"
"나 먼저 나가면서 혹시나 텔레비전 또 켜지거나 하면 너 찝찝할까 봐 눈에 보이는 코드도 뽑고 나왔어"
"그런데…?"
"그런데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무슨…."
"코드를 뽑았다고 분명히!! 텔레비전 코드를 뽑아서 무슨 그게 무슨 선인지까지 확인했다고…!"
"……!"
"너 빨리 경찰서로 가 집에 누구 있는 거 같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