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스크림이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먹지 못한다.
어렸을 적 기억 때문인지 그 특유의 단내가 싫다. 그래서일까 내가 하는 행동 중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을 아이스크림을 뜯은 채로 먹지 않는 것이다.
먹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그 사람이 내게로 올까 하고 생각하면서 시간이 흐르는 걸 바라보다 보면 어느샌가 막대기만 남아 그 앙상한 몸뚱어리를 내게 보이고는 한다.
끈적하게 흘러내린 흔적을 보며 나는 오늘도 하루를 열어간다. 나의 권태감은 이런 단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운 좋게 잡은 자취방에서 나오는 길 늘상 그렇듯이 학교 정문을 지나는 길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들어서는 나와는 다르게 나가려는 길인 듯 밖을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밝게 웃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삼겹살을 같이 먹었던 그 사람이다.
“저 기억하세요?”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거는 그 모습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티 한 점 없이 밝은 얼굴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네 기억해요”
“아 어제는 정말 감사했어요. 그 친구가 같이 못 먹는 상황이라 곤란했는데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네”
“아……. 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너무 무안하게 만들었나 싶지만, 다시 볼 사이도 아닌 거 같아 굳이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때 느꼈던 나의 창피함 때문일까 괜히 찔려서인지 저 사람을 더는 보고 싶지가 않다.
밤늦은 시간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고요하다 못해 졸리기까지 하다. 곧 12시면 다음 아르바이트생인 은아가 오고 이 피곤함도 잠시면 풀 수 있을 거다. 그때까지만 버티자 하고 내 의지력을 시험하는 도중 손님이 들어왔다. 여느 때와 같이 지친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문 쪽을 보니 자연스레 나를 보는 사람이 보였다.
“어…?”
나를 보는 얼굴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 또한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 안녕하세요!”
화사하게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아까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속으로 정말 한결같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또 보네요!”
“네….”
“되게 자주 마주 치는 거 같네요!”
“그러게요”
한번 웃고는 이내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다. 총 세 개를 고른 듯 곧바로 계산을 청했다.
“4000원입니다”
“이거 하나 드세요!”
내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건네며 웃는 모습에 짐짓 당황했다. 하지만 평소 표정이 없이 지내와서일까 이런 나를 알아채지 못한 듯 그는 여전히 웃는 모습이다.
“괜찮아요”
웃던 얼굴이 잠시 당황으로 물드는 것이 보였다. 나와는 달리 얼굴에 감정이 티가 크게 나는 듯해 내심 신기했다.
“어……. 그게 저 혼자 먹으려 던 건데 마침 행사 하길래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정말 이상 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당황의 여파인지 횡설수설 하는 모습에 그냥 아이스크림을 싫어한다고 사실대로 말할까 하다가 그러기 싫어졌다.
“알아요...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네~안녕히 계세요”
잠시 카운터에서 멈칫하더니 이내 밖으로 나서는 모습을 눈으로 쫓다가 아이스크림으로 눈을 돌렸다. 이걸 어쩌나 싶어 그냥 카운터 안에 있는 냉동고 안에 넣었다. 잠시 후 다음 아르바이트가 왔다.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풀어짐과 동시에 피곤이 몰려왔다.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오니 내게 은아가 의아함을 담은 말을 걸어왔다.
“이거 무슨 아이스크림이야? 네거야?”
“어....내거야”
“그래? 혹시 안 먹을 거면 나 먹어도 돼?”
“…어...그게..”
집에 들어서니 편의점보다 더 조용한 방의 적막감이 나를 반겼다. 씻고는 자야지 하고 피곤함을 물리던 중 가방 안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급히 아이스크림을 꺼내 보니 약간 녹았지만 아직 다 녹지는 않은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었다. 얼음과 냉동식품만이 가득 한 공간에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이 들어가니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냉동고 문을 닫으니 갑작스레 냉장고가 작동해 온 집안이 냉장고 소리로 가득 찼다. 고요하던 집이 조금은 소란스러워졌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4 | 늦다 3 | 도나쓰 | 2018.09.21 | 53362 |
93 | (TV) "Холостячка На СТБ 2020 1 Сезон 7 Серия" Все Выпуски. | 2020.12.05 | 46709 | |
» | 적막감 (소란스러움2) 1 | 마토 | 2018.12.08 | 7286 |
91 | 제 10차 동춘문예 공지안내 | 로빈 | 2019.01.09 | 7276 |
90 | 상처받은 마음 2 | 아댕 | 2018.12.08 | 7212 |
89 | 알고있지만 2 | ㄱㅆㅇ | 2018.12.27 | 7153 |
88 | 주제 : 빈말 4 | 태식 | 2018.08.28 | 7143 |
87 | 아이스크림 2 | 오늘도힘내장 | 2018.12.05 | 7135 |
86 | 소란스러움 | 마토 | 2018.11.16 | 6950 |
85 | 한 여자 2 | 글갱이 | 2018.10.04 | 6950 |
84 | 사랑 2 | ㄱㅆㅇ | 2018.12.09 | 6916 |
83 | 달빛 1 | 오늘도힘내장 | 2018.12.05 | 6903 |
82 | 그대와 나의 비밀 쉼터 2 | ㄱㅆㅇ | 2018.08.31 | 6874 |
81 | 제 7차 동춘문예 공지안내 | 로빈 | 2018.12.03 | 6816 |
80 | 제 6차 동춘문예 공지안내 | 로빈 | 2018.11.11 | 6748 |
79 | 나무 2 | 하리보는맛없는곰탱이 | 2018.08.25 | 6668 |
78 | 헤어짐, 그리고 만남 3 | 하리보는맛없는곰탱이 | 2018.08.27 | 6662 |
77 | 너를 2 | 마토 | 2018.08.29 | 6595 |
76 | 나아가다 | 영펜 | 2019.01.03 | 6525 |
75 | 제 9차 동춘문예 공지안내 | 로빈 | 2019.01.03 | 6524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