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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4

시간

조회 수 4772 추천 수 0 댓글 3
임자, 당신이 간지도 20년이 넘어가구려.

웃을 때 발갛게 물든 그 소녀 같던 당신의 뺨이,

그 온기가 아직도 내 눈엔 선한데..

가는 길은 무섭진 않았소?

겁이 많은 당신이라 걱정이 되는구려.

손 놓지 않겠다 항상 같이 있어주겠다 해놓고 그리 보내 미안하오.

내 걱정일랑 하덜 말고 날 기다릴 생각도 말고

혹시나 나를 기다렸다면 지금이라도 좋으니

좋은 곳으로 당신 맘 편히 훨훨 날아가시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나이가 먹도록 잠꼬대 없이 새근새근 자던 당신이 있을 것만 같소.

그런 날은 날이 꼬박 새우도록 잠이 못 들지.

그래서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오.

그래도 지금은 세월이 세월이라

나도 많이 무뎌졌소이다.

그만큼 잠에서 덜 깨고, 당신에게 편지도 덜 쓴다는 말이지.

이제는 집안일도 제법 늘었소.

당신을 도와 일을 할 때면

늘 당신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타박했지.

다시 당신을 만나면 내가 집안일을 다 하리다.

많이 힘들었겠구려. 그땐 당신이 쉬시오.

여보, 임자, 내 사랑

많이 미안했고 또 고마웠소.

거기서는 평안히 잘 지내시오.

보고 싶소.

내 새끼들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도와줄 일 있으면 당신 몫까지 조금 더 도와주다가

그러다가 너무 힘들고 당신이 그리우면 그때,

그때 가리다. 조금만 혼자 있을 수 있겠소?

사랑하오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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