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2018.09.13

꽃게 소풍

조회 수 315 추천 수 0 댓글 3

꽃게 소풍

 


                               우리 가족은 매년 명절이 찾아오면 울산 신명 해변으로 꽃게를 잡으러 갔어요. 흰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해변을 따라 가다 보면 , 요기 게 많아 보이네! 이번에 요서 함 잡아볼래.”하고 할머니가 물어보세요. 우리 가족들은 차를 세우고 준비해 온 양동이와 돗자리를 들고 차박차박 자갈밭으로 들어가요. 조금은 가파른 진흙길을 내려가야 했는데 내 손은 할아버지의 지팡이가 되어드려요. 앞서 뛰다시피 가고 있는 동생들 뒤로 바람이 불어와요. 조금 쌀쌀하고 바다 냄새 묻어난 바람은 저 파랗디 파란 하늘이 가을이라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부는 바람은 우리 가족들을 한껏 들뜨게 만든다고 난 생각했어요. 할머니와 겁이 없는 사촌 동생들은 작은 돌멩이, 큰 바위를 뒤집어가며 꽃게를 잡아요. 샤샤샥 빠르게 움직이는 꽃게들을 나는 겁이나 잘 잡지 못해요.


할머니의 양동이가 반쯤 채워져 나갈 때면 어른들은 라면을 끓일 준비를 해요. 나는 아마 그 보다 전에 라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바다, 계곡, 밖에서 먹는 라면은 맛있다는 건 정말 모두들 알거에요. 그 때 아얏!” 할머니 반대편에서 돌을 뒤집던 동생이 소리쳤어요.

괜찮나?” 할머니가 숙여있던 자세를 펴 허리춤에 두 손을 얹으며 걱정해요.

.. 아우 놀래라.”

조심해야지, 큰 게들은 물면은 피난디.”

그 다음 해 명절부터 어른들은 바다에 갈 때마다 목장갑을 준비하셨어요.

라면이 다 끓여지면 라면 다 됐다~ 애들아 와서 먹어~ 어머님 라면 드세요~!”하고 엄마나 숙모가 가족들을 부르곤 했어요. 매콤한 냄새에 얼른 스텐 그릇과 종이컵에 라면을 나눠 담고 후르륵! 다들 너무 맛나게 먹었지요.

맛있게 점심을 먹고 어른들이 그릇을 치우는 사이 다시 할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나는 게를 잡으러 가요. 돌들을 뒤집다보면 다양한 모양의 불가사리들을 볼 수 있어요. 물이 조금 고인 곳에는 작은 물고기들도 있고 한 번은 꼴뚜기를 잡아 페트병에 넣었는데 페트병이 새까맣게 돼버린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또 음.. 바다벌레...


할머니의 양동이에 꽃게가 가득 찰 때쯤 저 멀리 돗자리에 누워서 자고 있는 삼촌이 보여요. 아마 코를 골며 자고 있을 거예요. 그 옆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는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어요. 작년인가, 제 작년인가, 그 보다 전일까. 우리와 함께 꽃게를 잡으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잡는지 잡는 방법도 알려 주셨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께 가서 우리가 무엇을 봤는지, 꽃게를 얼마나 잡았는지 말씀 드려요. 항상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손을 꽉 잡으셨는데 나는 이렇게 건강하단다하고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슬슬 일어나자.” 아빠가 삼촌을 깨우고 나는 멀리서 오는 동생들과 할머니를 할아버지와 함께 바라봐요. 그리고 곧 주변을 정리하고 가득 찬 양동이와 꽤나 묵직해진 동생들의 페트병을 단단히 막고 차를 타요. 집으로 가는 길은 꽃게를 놓쳤던 일, 동생이 꽃게에 물려 놀랐던 일, 잡은 꽃게의 크기와 양에 대한 이야기꽃이 피어요.


매년 명절 꽃게를 잡으러 갔던 가족 나들이가 마지막이 되고 7년 정도 흐른 것 같아요. 시간이 흘렀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났고, 보다 다들 바빠졌고. 그래서 우린 더 이상 꽃게를 잡으러 가지 않아요. 괜찮아요, 대신 우리 가족의 꽃게 소풍은 앞으로도 명절 때마다, 명절 때만 아니라 가족이 모이는 자리 어디에서든 곁을 맴도는 이야기꽃이 되어 줄 거예요.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 소망 4 마토 2018.09.21 223
32 반복(자유주제) 3 ㄱㅆㅇ 2018.09.21 269
31 두 개의 달 3 ㄱㅆㅇ 2018.09.17 247
30 새벽 다섯시 4 ㄱㅆㅇ 2018.09.17 266
29 소풍 4 하리보는맛없는곰탱이 2018.09.14 322
28 자유주제 : 기만 2 태식 2018.09.13 289
27 주제 : 공감 2 태식 2018.09.13 225
26 주제 : 소풍 4 태식 2018.09.13 270
» 꽃게 소풍 3 아댕 2018.09.13 315
24 소풍 4 글갱이 2018.09.12 312
23 자유주제 : 사랑의 방식 4 ㄱㅆㅇ 2018.09.12 269
22 파도 3 ㄱㅆㅇ 2018.09.12 257
21 소풍 5 도나쓰 2018.09.12 187
20 자유주제(여행) 4 도나쓰 2018.09.12 231
19 바람 2 마토 2018.09.11 224
18 자신만의 소풍 5 마토 2018.09.11 241
17 휴식 3 ㄱㅆㅇ 2018.09.08 262
16 현실 3 마토 2018.09.01 268
15 내 모든 것 2 마토 2018.09.01 342
14 걷다보면 1 글갱이 2018.08.31 261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Next ›
/ 5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