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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6

소란스러움

조회 수 6919 추천 수 1 댓글 0
나는 가끔 생각했다. 저들에게 구워 주고 있는 이 삼겹살을 내 입에 넣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도 반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요즘 들어 단순한 일에도 짜증이 나곤 했다. 먹는 것보단 말하는 것에 집중하는 저들을 보며 내 입안으로 고기를 넣어도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생각에 그치길 몇 번 오늘 극심하게 충동적 이고 싶어졌다.


“안 먹으려고?”


“그냥…. 좀 속이 안 좋아서.."



"알겠어”


표정이 좋지 못한 남자는 연거푸 사이다만 마셔댔고 같이 온 친구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몇 번 대화를 나누더니 이내 고기로 다시 집중해온다. 들어오자마자 5인분을 시켜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며 그러려니 하던 중 반찬을 주워 먹는 한 사람과 급히 사이다를 시켜 그것만 먹는 모습을 보며 어째서인가 하고 생각하던 중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멍하니 고기를 굽고 있으니 앞에서 말을 걸어온다.


“아 진짜 맛있겠다……. 언제 다 구워져요?”


“잠시 후면 됩니다.”


아까부터 재촉하는 모양새에 내심 짜증이 났다. 상대방은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항상 떠들던 사람들을 보며 내던 짜증과는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묵묵히 고기를 굽던 중 사이다를 마시던 남자가 이내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너는 삼겹살이 그렇게 좋냐?”


혹시나 싸우려나 싶어 고기를 굽던 중 슬쩍 살펴보니 별다른 감정 없이 던진 말인 듯하다.


“응 맨날 이것만 먹고 싶어”


“나 참….”


픽 하고 웃어넘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째서인지 맥이 빠졌다. 좋지 못한 표정이기에 시원하게 한바탕 싸우려나 했더니만 생각보다 조용히 넘어가는 상황에 왠지 모를 아쉬움 마저 느꼈다.


“고기 다 구워졌습니다”


“오! 딱 좋게 익었네! 야! 잘 먹을게~”


“오냐~얼른 먹어! 오늘 너 생일인데 나 도와준다고 고생 많았다”


“무슨 우리 사이에….”


예상치 못한 소리에 문득 부끄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말이다…. 생각에만 그치던 짜증이 순간 낯부끄러워졌다. 창피함에 급히 몸을 떠나려 하니 앞에서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내 생각이 얼굴로 나왔던 걸까…. 순간 두려워졌다.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차마 반박을 할 수 없을 거 같다.


“안 바쁘시면 이거 같이 몇 점 드실래요?”


“…. 네?”


“아니 정말 열심히 구워 주시길래……. 감사하기도 하고 또 이 녀석이 뭘 먹었는지 속이 안 좋다네요 여기 주변 다른 집은 양이 좀 적던데 여기는 너무 많아서 사실 좀 놀랐어요 아무래도 다 못 먹을 거 같은데 같이 좀 드실래요…?”


아무 말도 못 하고 굳어 있으니 옆에서 사장님이 껄껄 웃으시며 “우리 집이 원래 싸고 양이 많아요! 은영이 너도 사람도 없는데 그냥 같이 먹어!” 하고 말씀하시며 떠밀었다. 떠밀려 앉아버리니 내 손에 젓가락을 쥐여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바로 입에 고기를 넣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고기를 집어 먹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구워진 고기를 입에 넣으니 어째서인지 조금 달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마냥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맛있다 그렇죠?!”


아무 악의 없이 웃으며 나를 보는 사람을 마주 보며 나는 나도 모르는 감정에 휩싸이는 듯했다. 삼겹살의 단물이 아직 나와 내 입안 가득히 퍼지는 듯하다.


“네……. 정말 맛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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