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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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즈음이면 나는 주름이 생기고 머리도 꽤나 빠졌겠구나. 나는 비록 네가 바라는 완벽한 아빠는 되지 못하겠지만, 점점 늙어가고 세대차이 또한 심해지겠지만, 그래도 너에게는 좋은 아빠이고 싶다. 때로는 선생님 같고, 때로는 친구 같고,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네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고 네가 기댈 수 있는, 내 나름대로 좋은 아빠이고 싶다.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나도 아직 20대인지라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많지 않다. 나는 네가 어느 위대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는 것도,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자가 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번듯한 직업이 없어도 좋으니 어떤 일이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운동도 할수록 늘고, 공부도 할수록 늘고, 심지어 노는 일도 할수록 는다. 단언컨대 세상에 쓸모없는 일은 없다. 그러니 어떤 일이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 하지만 열심히 해야 한다. 세상은 작고 여린 너를 배려할 만큼 친절하지 않다. 분명 힘들 것이다. 힘들고 욕도 나오고 때려치우고 싶을 것이다. 그럴 때는 쉬어가라. 아픈 만큼 성장하는 게 아니라, 그 상처가 아문만큼 성장하기에. 그리고 쉬어간다 해서 네가 부족해질까 걱정하지 마라. 쉬어가며 너 자신을 다독일 시간도 분명 필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한 사람의 마음에는 한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너는 쉬어가며, 너 자신을 다독이며, 네가 필요한사람,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 너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지원하는 그 많은 사람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새겨두고 사는 두 마디가 있다. ‘인생에서 로또는 사람이다’, ‘사람 힘들 때 버리는 거 아니다’ 너도 이 두 마디는 꼭 알아놓아라. 나는 영어단어 하나 수학공식 하나 외우는 일보다 사람 한 명 더 만나고 추억 하나 더 쌓는 일이 보람차다고 생각한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보니 두서없이 얘기했구나. 감동 쫌 받았나. 나도 후회만 쌓으며 살았는데 아버지다 보니 네게 바라는 게 많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그냥 네가 끌리는 대로 살아라. 너의 정답은 그 누구도 아닌 너에게 있다. 아 여자는 네 엄마 같은 사람을 만나라. 솔직히 네가 봐도 완전 예쁘지 않냐. 농담이고 예쁜 것도 맞지만 네 엄마만큼 좋은 사람 없더라. 네 엄마 같은 사람을 만나거든 백번을 매달려서라도 붙잡아라. 아니, 꼭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네가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번 네 마음을 바쳐볼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외모가 뛰어나도, 사랑하고 있는 사람보다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놓치지 마라. 인생 길지도 않은데 미치게 보고 싶은 사람 한 명쯤 있어야 인생이지.
그리고 요즈음 네가 걱정이 많아 보이는구나. 점점 큰 사회로 나가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네 어깨에 짐도 무거워지겠지. 모든 사람이 너를 좋아할 수는 없다. 네가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도 싫어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 너를 싫어한다면 신경 끄고 무시하고 살아봐라. 네 사람들을 챙기기도 바쁜데 널 폄하하는 사람들을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앞으로 너에게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그만두어라. 두려움보다는 확신을 가져라. 또한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지 말고, 이미 일어난 일들을 후회하지 말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지 말거라. 단지 지나간 일들은 소주 한 잔 하며 추억하고, 이미 일어난 일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생각하며 긍정하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네가 바뀌어라.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이 있으면 내게 말해주길 바란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허물없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비록 네 마음을, 네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누구보다 너의 편에서 네게 힘이 되고 싶다. 나는 네 생각보다 많은 지혜가 있고 능력이 있다. 그러니 못미덥더라도 믿고, 터놓고 말해다오. 나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아들의 편이다.
슬슬 이 편지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 이 편지로 내 마음이 다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편지에 적은 단 한 마디에도 후회 없다. 이 편지는 명령도 아니며 네 인생의 지침서도 되지 못한다. 그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네가 한없이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적다 보니 한 번 안아주고 싶은데 아직은 네가 이 세상에 없구나. 먼 훗날, 네가 내게 올 날이 기다려진다. 사랑한다, 진심으로. 고맙다, 태어나줘서. 너는 축복이고, 사랑이고, 소망이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해라. 아들아.

2018년의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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