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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4

한 여자

조회 수 182 추천 수 2 댓글 2
째깍, 째깍, 째깍.

고요한 방 안에서는 시계소리만이 울려퍼졌고 한 여자는 몸을 웅크린 채 멍하니 바닥만을 보고 있었다.

이 방 안엔 남자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았다. 남자가 쓰던 칫솔, 혼자 사는 여자가 걱정 된다며 두고 간 신발, 여자의 집에서 편하게 있으려 가져 온 옷가지들, 남자가 사준 인형, 남자가 써준 편지, 처음 맞춘 커플티, 지금 여자의 손가락에 끼워진 저 반지까지도.

아 물론 여기에서 남자라고 지칭되는 인물은 단 1명이다.

여자는 종량제 봉투에 저 모든 것, 아니 저기에 적혀 있지 않은 남자의 흔적까지도 모두 담아 봉했다가 다시 풀어 정리하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며칠을 반복했다. 남자의 흔적을 여자의 추억이라 치부한 채.

여자는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남자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여자는 그저 한 조각의 추억이 그리울 뿐이다. 마치 우울할 때 케이크가 땡기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뭐 그렇다.

여자는 애써 남자의 흔적을 지우지는 않는다. 그걸 포기했다 여자는. 지금 당장 남자의 흔적들을 내다 버린다면 여자의 마음까지 없어질 것 같아서 아직은 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여자는 생각한다.

결국 오늘도 여자는 종량제 봉투 버리기를 실패했다.



  • 극히 공감합니다. 얼마전, 1주년을 맞이한 날에 제 전여자친구와 헤어졌죠... 헤어지고 나서 그녀에 대한 마음이 남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했던 커플링이나 같이 맞춘 액자 사진들. 손으로 쓴 편지들을 차마 버릴 순 없더군요...이 글에서 말씀하시듯 '흔적을 내다 버린다면 마음까지 없어질 것 같아서 아직은 하지 못한다.'라는 말에 너무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힘내라는 말은 안 하겠습니다. 주변의 그 누가 무슨 말을 하던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스레 무덤덤해지는게 제일이라는 걸 직접 겪고 있으니까요 :)
  • 마음이 욱신거리는 글이네요.. 눈물 나 울고 화내는 감정보다는 한결 덤덤하지만 허탈하고 그와 동시에 그 때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떠오를 것 갈습니다. 적당히 감정을 배제하고 쓰신 글 같아 오히려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밑에 여새님의 댓글에도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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